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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코와 깊은 밤 갑자기를 봤습니다.

얼마 전 라이브 방송에서 닥두님이 피막과 함께 임권택 감독님의 짝코를 추천해주셔서 피막을 본 후 짝코 역시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항상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던 깊은 밤 갑자기도 이번 기회에 보게 되었습니다.

짝코 (1980)를 보면서 일단 든 생각은 이 영화가 당시 검열을 통과했다는게 상당히 의아스럽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장 공비였던 짝코를 악마화 한다거나 하는 시각이 거의 없이 매우 인간적으로 그리고 있는 데다가 짝코를 쫓는 주인공을 과거에 얽매여서 부질없는 짓을 하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더군요. 영화 후반부에 짝코와 함께 갱생원을 탈출한 주인공이 경찰 둘을 만나게 되는데 경찰에게 짝코를 가리키며 "이 놈은 망실공비여!"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경찰이 이 양반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나하며 의아하게 쳐다보자 주인공이 허탈해하면서 "망실공비 몰라?"라며 되묻습니다. 그러자 두 경찰이 "이 사람들 갱생원 탈출한 정신병자 같은데요?"라는 대사를 치죠.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불굴의 의지로 수십년간 공비를 쫓는 주인공을 영웅시해야 정상일 것 같은데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는게 좀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 촬영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전체적인 구도가 대단히 안정적이고, 특히 클로즈업으로 인물들의 얼굴을 화면이 꽉 차게 담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 장면들이 대단히 힘이 있어서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몇몇 모티브들을 보면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영향을 확실히 받은 것 같습니다. 복잡 미묘하게 엮인 두 남자의 관계나 더스틴 호프만 처럼 다리를 저는 주인공,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에 기차 안에서 허망하게 눈을 감는 짝코를 보면 미드나잇 카우보이를 떠올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걸작 소리 듣기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어서 깊은 밤 갑자기(1981)도 봤는데 영화 보는 내내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을 때는 나름 완성도가 높은 숨겨진 걸작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영화를 보니 너무나도 B급적이더군요. 공포영화니까 정서적으로는 B급적일 거라는 생각은 하긴 했으나 기술적인 측면까지 이 정도로 B급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세련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편집이 매우 거칠고, 특히 미장센이 정말 어설프고 조악합니다. 화면에서 주요 모티브를 잡을 때 전경에 어떤 사물을 걸어 놓고 찍는 장면이 많고, 이런 화면을 또 광각렌즈를 통해 왜곡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무슨 서사적 맥락이 없이 그냥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쓰입니다. 게다가 그 전체적인 구도가 대단히 아마추어적이고 어설픕니다. 짝코의 경우 촬영이 훌륭해서 영화에 몰입이 확 되는데, 깊은 밤 갑자기는 이런 조악함 때문에 몰입이 잘 안됬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듣던대로 꽤 충격적이더군요. 게다가 구차하게 이런 저런 설명없이 그 장면 하나로 영화를 딱 끝내버리는 깔끔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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