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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전, 카메라맨, 시티 라이트 비교감상기

이번 시네마 올드 앤 뉴에서 다뤄주신 무성영화 코미디 3대장 편 아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방송 듣기 전에 예습차원에서 세 작품을 제작연도 순으로, 그러니까 마침내 안전 (1923), 카메라맨 (1928), 시티 라이트 (1931)의 순서로 봤는데, 저 나름대로 받은 인상을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일단 개별 시각에 따라 순위를 매겨보자면,

웃긴 작품순: 마침내 안전 > 카메라맨 > 시티라이트
정서적 울림순: 시티라이트 > 카메라맨 > 마침내 안전
영화적 미학순: 카메라맨 > 마침내 안전 > 시티라이트

저의 주 관심사인 영화미학적 시각에서는 시티라이트가 가장 별로였고, 카메라맨이 가장 좋았습니다. 카메라맨을 보고 조금 놀랐는데, 왜냐하면 다른 두 작품과 비교해서 확실히 더 모던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일단 배우들의 연기에만 한정해 보면 마침내 안전의 경우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에서 나오는 매우 과장된 연극 스타일의 연기와 별반 다르지가 않습니다. 특히 코미디적 요소가 없는 장면들, 예를 들어 고향에서 해롤드 로이드의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여자친구의 연기를 보면 정말 올드한 스타일로 연기를 한다는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런데 카메라맨의 경우 물론 과장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연기 톤이 훨씬 더 절제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더군요. 반면 시티라이트의 경우 연기에 있어서 아주 과장된 올드한 스타일과 어느 정도 모던함이 서로 이질적으로 부딪치면서 섞여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시티 라이트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마침내 안전 보다는 모던하지만, 제작년도가 카메라맨 보다 이후임에도 굴구하고 오히려 더 올드합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카메라맨의 편집이었습니다. 마침내 안전 같은 경우는 편집에 있어서도 이전까지의 기법, 그러니까 정면 위주로 잡고 쇼트크기를 다소 변화시키는 방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클로즈업이 상당히 세게 들어가는 장면들이 간혹 나오긴 하는데 - 예를 들어 로이드가 매니저 사무실에서 휴지통에 지폐를 떨어뜨리는 장면 같은 경우 - 그래도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카메라맨의 경우 물론 현대영화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카메라 앵글이 다른 두 작품 보다 훨씬 더 다채롭습니다. 시티 라이트의 경우 정말 풀샷 위주로 편집을 최대한 적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문제는 그 앵글이라는 것이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는 스트레이트한 시점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진부해 보였습니다. 반면 카메라맨에서는 어떤 특정 씬을 찍을 때 채플린 같았으면 그냥 풀샷에 한 컷으로 해결 했을 장면을 쇼트 크기와 앵글의 변화를 비교적 다채롭게 주면서 한 서너 컷 정도 써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 쇼트들을 연결하는 편집의 리듬감이 다른 두 작품들 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서 확실히 장면에 몰입이 더 잘 됩니다.

카메라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시티 라이트를 보니 생각보다 카메라 움직임이 많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이게 조금 원시적으로 쓰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쇼트 크기로 찍었을 때 한 프레임 안에 인물들이 다 잡히지 않으니까 인물들을 다 보여주기 위해서 편집을 하는 대신 카메라를 좌우로 다소 빠르게 움직이면서 한 테이크로 가는 장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인물들이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서 얘기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만 좌우로 움직여서 왼쪽에 있는 사람 보여줬다가 오른쪽에 있는 사람 보여줬다가 하는 방식인 겁니다. 반면 카메라맨에서는 인물들의 움직임에 동반해서, 즉 인물들이 걷거나 뛰어가는 장면들에서 카메라가 같이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훨씬 더 생동감 있고 모던하게 다가오더라구요.

물론 세 영화 다 기본적으로 풀샷 위주의 전형적인 무성영화 스타일에 기반하고 있으나 카메라맨의 경우 버스터 키튼이 미학적으로 뭔가 좀 더 영화적으로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눈에 보여서 상당히 흥미롭게 감상했습니다. 시티 라이트의 경우 무대극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올드한 경향이 확실히 보여서 좀 별로였구요. 무대극을 그냥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는 무대극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시도를 카메라를 통해 하는 것이 진정으로 영화 다운 것 아닐까요.

저는 이번에 버스터 키튼 영화를 처음 봤는데, 사람들이 그의 아크로바틱한 스턴트 연기만 주로 얘기 하길래 이런 걸 위주로 보여주는 배우/감독인 줄 알고 사실 별로 큰 기대없이 작품을 봤습니다. 그런데 보는 동안 영화미학적 완성도를 보고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카메라맨을 보고 바로 이어서 시티 라이트를 보니 시티 라이트는 영화미학적으로 확실히 좀 진부합니다. 그래도 뭔가 가슴 속에 와닿는 정서적 울림은 시티 라이트가 좋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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